물고기 진주 접시 54 목각



  2011.11.22
  우울함이 깊다. 깊었다. 조금 솟아올랐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우울은 지나가더라. 지나갈 줄 알았다. 아버지는 나날이 새로운 걱정을 만들고 건희는 나날이 강박이 깊다. 덩달아 나도 걱정과 강박이 늘었다.
  도대체 나를 뭘 만드시랴고 이렇게 가만 내버려두질 않는가 생각한다. 제련되기 전에, 단련되기 전에 이러다 망가질 수도 있겠다. 덜 훌륭한 사람이 되더라도 이제 좀 내버려두었으면 한다.
 
 
  2011.11.30
  다시 고향에 다녀왔다. 차바퀴 구멍 난 거 어제 아침 때우고 내려갔다. 요즘 정신이 산란해서 주의력이 떨어지는지 아니면 그런 때인지 자꾸 위험한 일이 잦다. 후진하려다가 뒤로 차 오는 거 보고 급히 세우거나 주차장에서 나가려는데 차 앞으로 사람이 들어오거나 합류하는 길에서 부딪힐 뻔해서 간신히 피하기도 하고 그렇다. 내려갈 때도 그렇고 올라올 때도 그렇다.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싶어 더욱 조심해서 다녔다. 내 목숨 하나 되돌아가는 일이야 뭐 대수일까만 아이들과 아버지 생각하면 큰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는 머리가 아프고 심하게 어지럽다고 한다. 내려가자마자 국 끓이고 찬 만들어 저녁을 먹었다. 저녁 깊어 잠은 오지 않고 배는 출출해서 라면 먹으려다가 아버지도 드실 거냐고 여쭈니 밥으로 먹자고 하신다. 방금 저녁 드시고 또 드시게요, 했더니 드시겠다고 해서 밤 열한시에 다시 국 데우고 불고기 볶아 아버지는 밥으로 드시고 나는 라면 먹었다. 자고 일어나 아침 먹고 병원 가서 신경외과 들러 진료 받고 약 지어 요양원 들러 둘러봤다. 아버지는 며칠 더 생각해보자 하신다. 며칠 더 생각해보자는 말씀은 봄부터 내내 하시는 소리다. 아무래도 싫으신 게다. 2주 후 약 떨어지니 그 때 내려가서 약 오래 드실 거 지어서 모시고 올라와야지 한다.
  늦게 점심 먹자고 하시는데 짜장면 드시겠다고 한다. 의료원 앞 어디 중국집이 있는데 거기 맛이 좋다고 하셔서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고, 중국집 이름이 월미정이라고 하셔서 검색해서 갔더니 중국집 아니다. 다시 시장 팥칼국수집에 가자고 해서 갔더니 문 닫았다. 앞집에 물으니 할머니는 오후 2시까지만 하고 들어가신단다. 법원 사거리에 있는 중국집 가자고 해서 찾아가 짜장면 먹었다. 거기 나 어릴 때 어머니랑 함께 갔던 집이고 재작년인가 아이들과 아버지 모시고 갔던 집이다. 아버지 잘 드신다. 많이 주는 짜장면 한 그릇 다 드신다. 집에 가서 밥 새로 짓고 냉동실에 넣었던 소고기 꺼내 국 새로 끓여놓고 저녁밥 이르게 드시라고 했더니 나중에 드시겠다고 해서 도우미에게 연락해 저녁밥, 저녁 약 잘 챙겨주시라고 하고 올라왔다. 다섯 시 반에 출발했는데 동지가 가까워 그런지 벌써 어둡다. 배웅하는 아버지도 그렇고 아버지 혼자 그렇게 두고 돌아오는 나도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또 마음은 모질어 기어이 떨치고 오게 마련이고 떠나고 나면 안타까운 마음도 무뎌지기 마련이다.
 
  내려가며 네 시간, 올라오며 네 시간 운전하면서 판소리를 불렀다. 내려갈 때는 소리도 귀찮아 억지로 불렀는데 올라올 때는 연습시간이 모자라다 싶게 불렀다. 목이 조금 열렸다. ‘으’와 ‘이’와 ‘어’와 ‘오’와 ‘우’ 모음에서 목이 통 열리지 않았는데 그게 열리기 시작했다. 목이 열리니 소리도 깊고 크다. 연습하는 맛도 한결 난다. 지금 기분으로야 다 열린 듯 반갑고 대견한 일이지만 닫혔던 목이 하루아침에 다 열리겠는가. 차차 더 열리리라. 
  
 




물고기 진주 접시 54
느티나무 아코야진주 천연오일
세로 9Cm 가로22.5Cm 두께2Cm

















물고기 진주 접시 55
느티나무 아코야진주 천연오일
세로 8Cm 가로18Cm 두께2Cm
















느티나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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