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진주 접시 52 목각


  2011.11.16
  고향 다녀왔다. 건희와 함께 다녀왔다. 장을 봐다 무를 넣고 소고기국을 끓였고 고기 굽고 갈치조림을 만들었다. 생굴도 초고추장에 찍어 잘 드신다. 자고 일어나 병원 들러 진료 받고 약 한 달치 지어 집에 돌아와 손톱발톱을 깎아드렸다. 아버지 가만히 손 내밀어 이리저리 손가락에 맞춰 손 돌리고 발 돌리고 그런다.
 
  볕 쏟아지는 마당가에 쪼그리고 앉아 텃밭에 심은 마늘 싹 올라오는 걸 들여다보았다. 두어 해 묵은 텃밭이 땅도 아깝고 보기도 좋지 않아 도우미더러 뭐라도 심으시라고 했더니 초겨울에 마늘을 심었다. 지난번에는 비닐에 마늘 심은 자리만 구멍이 오종종 뚫렸더니 이제 마늘이 제법 컸다. 여름 지나서 심은 쪽파도 한 뼘씩 자랐다. 서늘한 날에 볕을 쬐며 쪼그리고 앉았으니 고요하고 잠잠한 중에 시간이 멈추고 어디 다른 세상에 들어간 듯 그렇다. 시골에는 어디 먼 데 개도 짖지 않고 지저귀며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없이 소리도 멈추고 시간도 멈추는 때가 있다. 나 어릴 때부터 있었다. 다른 차원으로 가는 구멍. 그 자리는 마당에도 있고 마루에도 있고 방에도 있다. 일순에 갇힌 영원 같은 때. 세상 아무도 없이 사라지는 때. 아주 느리게 볕 알갱이가 내 이마와 어깨에 부딪혀 튕기는 것이 느껴지는 때. 그리고 아주 느린 슬로우비디오처럼 마늘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때. 누구도 누구를 서로 건드리지 않는 때.
 
  
  2011.11.18
  외롭고, 외롭고 외롭다. 이렇게 쓰면 누가 알겠는가마는 사실이 그렇다. 입을 다물고 지낸다. 실은 세상 어느 목숨 치고 외롭지 않은 이 있겠는가 한다.
 
 
  2011.11.19
  어제 전기장판이 없어졌다고 와서 좀 보라고 사촌 형네 가셨다고, 다시 전기장판 조절기가 없어졌다며 다시 다녀오셨다고 전해 들었다. 조절기를 자꾸 만져 고온이 되어 장판이 탔다고, 조절기를 보이지 않는 데 숨겨야겠다고 도우미가 말하기에 그러지 말고 조절기 만지지 말라고 잘 말씀드려놓았는데 아마도 그 조절기를 또 만졌거나 아니면 도우미가 일부러 숨겨놓은 것일 게다. 오늘은 밥솥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더니 밥솥 있고 밥 지어놓고 갔다고 한다. 내가 내려가면 아무런 일도 없고, 또 이치에 맞지 않는 말씀을 하셔도 차분하게 설명하면 다 알아듣는데도 나만 올라오면 일이 시끄럽다. 아무래도 마음의 불안이기도 할 테고 소통에 문제가 있지 싶다.
  아버지 목소리가 밝으면 내 기분도 가볍고 아버지 목소리가 가라앉으면 내 기분도 무겁다. 오늘 아침까지 아버지 목소리 무겁더니 저녁에 전화하니 음정 높고 가볍다. 덕분에 숨통이 좀 트인다. 






물고기 진주 접시 52
오리나무 아코야진주 천연오일
세로 13Cm 가로15Cm 두께2.8Cm






























물고기 진주 접시 53
오리나무 아코야진주 천연오일
세로 13Cm 가로16Cm 두께2.8Cm























느티나무 갤러리
http://mog.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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